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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놀고 보내면 영어실력 ‘퇴보’

혼자 집에 둬 ‘서머슬라이드’ 발생
5학년 말이면 3년까지 격차 생겨
수학과 달리 영어능력차 원인 지적

자녀들에게 여름방학은 학교에 안가고 뛰어놀 수 있는 신나는 시간이지만 한인을 포함한 미국 학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기간이다. 원래 방학은 기본 전제가 부모 중 한명이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공부시킨다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미국 전체적으로 봐도 25%에 불과하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 자녀들이 혼자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4년 조사에서 미국 학부모들은 자녀 하나당 평균 1000달러를 쓴다고 한다.

하지만 저소득층인 경우 여름캠프에 자녀를 보낼 여력이 없어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일하는 시간동안 맡아달라고 부탁하거나 한인들의 경우 아예 한국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혼자 집에 두는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여름방학 동안 6~12세 어린이의 11%가 1주일에 10시간 이상 혼자 보낸다고 한다. 이런 수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싼 값에 맡길 프로그램이 드물어 자녀들이 다양한 경험과 학습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학생은 여름방학 동안 수학실력이 떨어진다. 저소득층은 특히 방학동안 독해력도 떨어지는데 개학 뒤에도 복구가 어렵다. 이런 격차는 5학년이 끝날 때쯤이면 평균 3년 정도로 벌어진다.

이런 학력차는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인 가정에는 더 크게 발생한다. 개인 차이려니 생각했던 영어실력 부족이 미국 교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상’으로 파악해서 활발히 연구됐던 주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똑같은 학교를 다녔는데도 영어 실력 차이가 나는 현상의 주요 원인을 학계에서는 ‘서머 슬라이드(Summer Slide)’라고 부른다. 풀이하면 ‘여름방학에 뒤로 미끌어지는 것’이다. 학기 중에는 똑같이 공부하고 숙제를 하는데 여름방학에는 영어 공부가 중단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학계는 분석한다.

이렇게 방학때 생기는 저소득층이나 한인 같은 소수민족 학생들의 실력차는 고학년이 될수록 더 커진다. 똑똑한 한인 학생이 수학은 잘해도 영어가 같은 수준이 못 되는 이유가 바로 서머 슬라이드 현상 때문인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특히 한 연구에 따르면 영어능력 차이의 85%까지 이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9학년생중 2/3가 갖고 있는 읽기 실력차이도 알고 보면 초등생때부터 쌓였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서머 슬라이드’를 해소할 방안으로 독일이나 영국같이 방학을 6주 정도로 줄이는 것과 연중 수업제를 실시하면서 방학을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또한 값싼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증설하기 위한 재정지원을 더 늘리고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선 전문가들은 “방학을 줄이거나 재정지원을 해주는 방안은 실제로는 현실성이 없다”며 “서머슬라이드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학부모 스스로가 그에 대한 처방을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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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LA중앙일보 2016년 6월23일 A-6면에 게재됐던 내용을, 필요한 경우 수정/보완하여 포스팅한 것입니다. 기사와 관련하여 문의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이메일로 알려 주시면 올바른 해답을 함께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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